무인도 100일: 첫날부터 죽을 뻔했다

1장: 절망에서 희망으로 (1~10일차)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6화: 불을 피우지 못하면 끝장이다 - 원시적 방법으로 불 지피기

1. 어둠 속에서 나는 사냥감이 된다
"바스락."
나는 숨을 죽였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희미하게 스치는 소리, 규칙적이지 않은 미세한 기척.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나는 칼을 꽉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움츠렸다.
"…거기 누구 있어?"
물론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이곳엔 사람이 없다.
대신—
"스윽… 스윽…"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젠장. 불이 필요해.'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불이 없다면, 이 밤은 생존이 아닌 사냥이 되는 밤이 될 것이다.
2. 불은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나는 불을 피우기로 결심했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어둠 속에서 동물과 마주하면 나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하지만 불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불이 주는 생존의 장점
야생동물을 쫓아낸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물을 끓여서 정화할 수 있다.
음식을 조리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불을 피우지 못하면 나는 끝장난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내겐 라이터도, 성냥도 없다.
그렇다면?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피워야 한다.
3. 가장 원시적인 불 지피기 – 마찰로 불을 만들다
나는 기억을 되살렸다.
TV 다큐멘터리, 생존 전문가의 유튜브 영상, 어릴 때 봤던 모험 영화…
그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다.
"나무를 비비면 불이 붙는다."
이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는 바닥에 앉아 손을 뻗었다.
우선 **불쏘시개(부싯깃)**를 모아야 한다.
* 불을 피우는 데 필요한 3가지 요소
불쏘시개 (Tinder) – 불씨를 가장 먼저 잡아줄 재료
가연성 재료 (Kindling) – 작은 불씨를 키우는 재료
장작 (Fuel) – 불을 오래 지속시키는 재료
나는 주변을 뒤져 가장 마른 풀과 낙엽, 나무껍질을 모았다.
불쏘시개는 아주 가벼운 재료여야 한다.
너무 두꺼우면 처음 불씨를 붙이기 어렵다.
그다음은 작은 나뭇가지들.
얇고 마른 것들, 손가락 굵기 정도 되는 것들이 가장 좋다.
이건 불이 붙으면 바로 타오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꺼운 장작.
이건 불이 안정된 후 천천히 태울 용도다.
"좋아. 이제 불씨를 만들어야지."
나는 땀을 닦고 두 개의 나무를 집어 들었다.
4. 불을 피우는 전통적인 방법 – 마찰식 화로
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핸드 드릴(Hand Drill) 방식."
이 방식은 가장 원시적이지만,
엄청난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하다.
* 핸드 드릴 방식이란?
하나의 **마른 나무 조각(받침대)**을 고정한다.
그 위에 **긴 나무 막대(드릴 막대)**를 세운다.
두 손으로 나무 막대를 빠르게 비비면서 회전시킨다.
마찰열로 인해 작은 불씨가 만들어진다.
나는 나뭇조각을 땅에 눌러 고정하고,
드릴 막대를 손바닥으로 감쌌다.
그리고—
"으윽…! 젠장, 미끄러진다."
처음부터 잘될 리 없었다.
손바닥에서 힘이 빠지고, 나무 막대가 헛돌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나무를 문질렀다.
손바닥이 뜨거워졌다.
마찰이 일어나면서 점점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제발…!"
나는 더욱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팔이 아파오고, 숨이 거칠어졌다.
그리고—
"치익—!"
나뭇조각 위에서 작은, 아주 작은 불씨가 깜박였다.
'됐다! 불씨다!'
5. 불씨는 쉽게 죽는다
나는 재빨리 불씨를 불쏘시개 위에 옮겼다.
하지만 불씨는 너무나도 약했다.
단 한 순간이라도 실수하면, 사라져버릴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불쏘시개 위에 불씨를 올리고,
손을 모아 살며시 숨을 불어넣었다.
* 불씨를 살리는 숨결의 기술
절대 강하게 불면 안 된다.
천천히, 부드럽게, 불씨가 커지도록 한다.
연기가 진해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마치 갓 태어난 새끼 새를 다루듯이
가장 부드러운 숨을 불어넣었다.
"후…"
연기가 점점 짙어졌다.
"후……"
불쏘시개가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팟!"
불꽃이 튀었다.
"붙었다!"
6. 불,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무기
불길이 점점 커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작은 나뭇가지를 불 위에 올려놓았다.
"제발, 제발 꺼지지 마라."
불꽃이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갔다.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나는 멍하니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았다.
* 불이 주는 감정적인 안정감
어둠을 밀어낸다.
야생의 공포를 줄여준다.
따뜻함이 온몸을 감싼다.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나는 손을 불에 가져다 댔다. 온기가 피부를 감쌌다.
"살았다…"
정말로, 살아있는 기분이었다.
7. 하지만, 불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
나는 기쁨을 느끼며 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무인도는 결코 나를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쾅—!!"
갑자기, 하늘이 울렸다.
번개가 치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
"설마… 폭풍이 오는 건가?"
나는 놀란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한 순간, 자연은 다시 한번 무자비한 시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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