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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100일: 첫날부터 죽을뻔 했다

2화: 첫날부터 죽을 뻔했다

by 기별서리 BLACK 2025.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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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100일: 첫날부터 죽을 뻔했다

 

 

1장: 절망에서 희망으로 (1~10일차)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2화: 첫날부터 죽을 뻔했다

 

[1]

 

“살았다.”

나는 나무 아래에 털썩 주저앉았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쌌고, 입안은 여전히 텁텁했다.
 물을 찾아 마셨지만, 그럼에도 피로가 가시질 않았다.

‘이게 현실이야.’

이제 막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나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무인도에 혼자다.
 배도 없고, 사람도 없고, 집도 없다.
 아무것도.

진짜 생존이 시작된 거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여전히 하늘 한가운데 떠 있었고, 바람 한 점 없는 숲속은 고요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데?"

그 순간이었다.

"스으으으..."

나뭇잎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언가 기어오고 있다."

내 몸이 본능적으로 굳어졌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크윽…! 거대한… 뱀!?"

 

[2]

 

“잠깐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야?”

내 앞에 있는 건 몸통이 사람 허벅지만 한 거대한 뱀이었다.
 어둡고 미끈미끈한 비늘이 햇빛에 반짝였고,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저놈은 나를 사냥감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침착함이다.

“좋아, 우리가 이성적인 대화를 해보자.”

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맛이 없어.
 운이 안 좋게도 여긴 채식주의자 뱀이 사는 섬이야, 안 그래?”

뱀은 여전히 나를 노려보았다.

“아니면… 이럴 수도 있지.
 네가 굉장히 배가 부른 상태야.
 그래서 나 같은 걸 굳이 먹을 필요가 없어.
 그치? 우리 그냥 각자 갈 길 가자.”

뱀: (침묵)

“…제발 좀 움직여라.”

그때였다.

"파드득!"

바닥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순간 뱀의 시선이 움직였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뛰어!!!"

나는 미친 듯이 몸을 날렸다.

 

[3]

 

“하아… 하아…”

나는 나뭇가지 사이로 미끄러지듯 뛰어다녔다.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뭐야, 이 녀석도 뛰어오고 있잖아!?”

어디까지 따라올 작정인가!

나는 순간적으로 발을 헛디뎠다.

"으악!!"

쿵!

몸이 굴러떨어지며 먼지가 피어올랐다.
 눈을 뜨자 앞에는…

"…절벽?"

눈앞에는 5미터 아래로 이어진 바위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위로 도망가면 뱀에게 잡힐 것이고, 아래로 뛰어내리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

"젠장…"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나는 있는 힘껏 몸을 날렸다.

 

[4]

 

"…살았나?"

나는 모래 위에 엎어져 있었다.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뼈가 부러지진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바닷가는 넓었다.
 내가 바라보는 바다는 끝없이 펼쳐졌고, 먼 곳에 작은 섬들이 보였다.
 하지만… 구조를 기다리기엔 너무 막막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

안전한 거처

불을 피울 방법

 

"일단 밤이 오기 전에 쉼터부터 만들자."

그렇게 나는 다시 숲속으로 들어갔다.

 

[5]

 

어떻게든 살기 위해 나무로 작은 구조물을 만들었다.
 대충 얽어놓긴 했지만, 이 정도면 최소한 비바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이제…"

그 순간, 내 위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딱! 딱! 딱!"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코코넛.

"하하하…"

내가 코코넛을 보고 이렇게 기쁠 줄이야.

나는 칼을 꺼내 코코넛을 잘라냈다.
 칼을 휘둘러 단단한 껍질을 깎아내고, 안에 들어 있는 하얀 과육을 긁어냈다.

"오… 진짜 달다!"

이게 며칠 만의 첫 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순식간에 코코넛을 해치웠다.

그리고 그때,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밤이 온다.’

나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이 점점 붉은빛을 띠며 바다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다.

무인도에서의 첫 번째 밤.

과연, 나는 이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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