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100일: 첫날부터 죽을뻔 했다

19화: 고립된 인간의 시간 개념 -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

기별서리 BLACK 2025. 3. 2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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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100일: 첫날부터 죽을 뻔했다

 

2장: 야생을 정복하라 (11~30일차)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19화: 고립된 인간의 시간 개념 -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

 

1. 끝없이 흐르는 시간

 

비바람이 몰아친 지 며칠이 지났을까?
거처는 겨우 폭풍을 견뎌냈지만, 나의 정신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시간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덩굴아… 오늘은 며칠이 지난 걸까?”

나는 바나나 인형 ‘덩굴’을 손에 쥐고 나지막이 말했다.
혼자라는 사실이 점점 더 무겁게 다가왔다.
사람은 시간이란 개념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루가 몇 시간인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신이 나가 버릴지도 몰라.”

나는 불안을 억누르며 다시 한번 거처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를 둘러싼 이 숲과 바다. 모든 것이 나를 감시하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시간을 알 수 있어야 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간을 만들어내야 해.”

 

2. 시간을 만들어내다

 

나는 흙바닥에 앉아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이 없다는 건 예측할 수 없는 혼란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시간을 만들어내면 되지 않을까?

“좋아. 뭔가를 만들어보자.”

나는 다시 주변을 돌아다니며 쓸만한 재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덩굴, 나뭇가지, 반짝이는 돌.
이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만약 이걸 이렇게 연결하면…”

 

◆ 태양시계 (Sun Dial)
나는 비교적 평평한 땅을 고르고, 중심에 길고 뾰족한 나뭇가지를 꽂았다.
그리고 주위를 둥글게 돌로 둘러 표시를 해두었다.
햇빛이 나뭇가지에 닿으면 그림자가 생기고, 그 그림자가 돌 위로 서서히 이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좋아! 이걸로 낮 동안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어.”

▷ 태양시계의 특징  

    낮 시간 동안 그림자의 이동으로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림자의 위치를 표시해가며 시간을 기록할 수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감각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밤이 되면 이 태양시계는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밤에도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3. 밤을 측정하는 법

 

“생각해보자. 밤에는 뭐가 계속 변하고 있지?”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별이… 움직이고 있어.”

나는 이전에도 밤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그 움직임을 관찰해보려고 했다.

“밤하늘의 별은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만약 그걸 이용한다면…”

 

◆ 별 시계 (Star Tracker)

나는 흙바닥에 별의 위치를 그려가며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밤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별, 즉 북극성(Polaris) 같은 움직이지 않는 별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 이거야! 이 별은 항상 같은 위치에 있어. 나침반처럼!”

나는 북극성을 기준으로 다른 별들의 움직임을 비교 관찰하기 시작했다.
별들은 모두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극성은 중심축처럼 고정된 채였다.

“좋아. 이제 이걸 이용하면 시간을 파악할 수 있어.”

▷ 별 시계의 제작 방법  

    기준점 설정하기                  

가장 밝고 움직이지 않는 별(북극성)을 기준으로 한다.                    

밤마다 일정 시간에 같은 위치에서 관찰하여 정확도를 높인다.            

    별의 이동 궤적 기록하기                  

별이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 나뭇가지로 표식을 만들어 둔다.                    

별의 이동 속도를 파악하여 일정 시간 간격마다 표시한다.            

    시간 표시 장치 만들기                  

돌이나 나뭇가지로 원을 그려 표식을 배치한다.                    

별의 위치 변화를 따라 시간의 흐름을 기록한다.            

    정확성 높이기                  

여러 밤을 반복 관찰하여 패턴을 확인한다.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을 대비해 기록을 보존한다.            

 

“별의 움직임을 기록하면 밤의 시간도 정확히 알 수 있겠어.
이제 태양시계와 함께 사용하면 하루 전체를 완벽하게 기록할 수 있겠어.”

나는 나뭇가지로 바닥에 선을 긋고, 별의 이동 궤적을 꼼꼼하게 적어나갔다.
이 작은 발견이 내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 섬에서 시간을 만든다는 건… 이 섬을 정복한다는 거야.”

 

4. 시간의 의미를 찾다

 

나는 나뭇가지로 바닥에 그려진 별과 그림자 기록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단순히 하루를 견디는 게 아니라, 그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있었다.

“시간을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다니…”

나는 다시 덩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덩굴아, 우리 여기서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간을 만들었다는 건 우리가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야.”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또 다른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아니, 단순히 시간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는 건 어떨까?”

 

5. 시간을 기록하는 방법

 

나는 작은 나무판을 찾아냈다.
그 나무판을 갈아내어 매끈하게 만든 뒤, 뾰족한 돌로 선을 그어 나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매일 태양시계와 별 시계를 통해 얻은 시간의 흐름을 기록해두었다.

“이건 단순히 시간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야.”

이 섬에서의 시간은 이제 나에게 두려움이 아닌 희망이 되었다.
그저 흘러가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시간.

“그래, 나는 이곳에서도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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