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사라진 문명과 잃어버린 건축 (1~15화)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제10화: 이스라엘의 마사다 요새, 집단 자살의 현장
1. 사막 위의 요새
2023년, 이스라엘 유대광야.
뜨거운 태양이 바위를 달구며, 광활한 사막 위로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고, 모래먼지가 일렁이며 바위산을 감쌌다. 멀리, 마사다(Masada) 요새가 우뚝 서 있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이 요새는 마치 시간 속에 갇힌 듯 고요했다. 그러나 2,000년 전, 이곳은 절망과 공포, 그리고 최후의 결단이 이루어진 죽음의 요새였다.
고고학자 다니엘 박사는 발굴팀과 함께 마사다의 잔해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사막의 바람을 맞으며 요새의 벽을 쓰다듬었다.
“여기서 960명이 자결했죠.”
젊은 연구원 리아가 숨을 삼키며 물었다.
“정말… 모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다니엘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건 우리가 직접 확인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는 요새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곳은 단순한 요새가 아니었어요. 반란의 최후 거점이자, 로마 제국과 유대인의 운명이 충돌한 곳이었죠.”
리아는 벽에 남아 있는 화염의 흔적을 바라보았다. 마사다는 왜, 그리고 어떻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던 것일까?
2. 로마에 맞선 최후의 저항
로마 vs. 유대인, 끝없는 전쟁
1세기, 로마 제국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유대 지역에서는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기원후 66년, 유대인들은 로마에 대항하여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의해 함락되었고, 성전은 불타 사라졌다.
일부 생존자들은 광야로 도망쳐 마사다 요새에 집결했다.
마사다는 본래 **헤롯 대왕(Herod the Great)**이 건설한 요새였다. 험준한 절벽 위에 자리 잡아, 로마군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천연 요새였다.
하지만 로마군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원후 73년, 로마 제국의 10군단이 마사다를 포위했다.
3. 포위된 요새, 마지막 밤
마사다 요새 안에는 약 960명의 유대인이 남아 있었다. 남자, 여자, 아이들까지.
포위를 당한 지 몇 달이 흘렀다. 로마군은 거대한 토대를 쌓아 요새로 향하는 경사로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아.”
지도자 **엘라자르 벤 야이르(Elazar ben Yair)**는 요새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을 모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한 젊은 병사가 외쳤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저 로마의 군대는, 이 요새를 무너뜨릴 것이다.
로마군의 공성 기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요새 아래에서는 병사들이 기둥을 세우고 흙을 쌓으며 거대한 경사로를 완성하고 있었다.
엘라자르는 창을 꽉 쥐었다.
“로마군이 여길 뚫고 들어오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소?”
침묵이 흘렀다. 모두 알고 있었다.
로마군은 이미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그들은 남자들을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을 노예로 삼을 것이다.
그 순간, 마사다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4. 선택: 죽음이냐, 노예냐
밤이 되자, 마사다 요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 있었고, 불빛 하나 없는 사막 위로 로마군의 횃불이 줄을 지었다.
요새 안에서, 엘라자르는 마지막 연설을 했다.
“로마의 손에 죽느니, 우리 스스로 자유롭게 떠납시다.”
일부 사람들은 경악하며 반대했다.
“자결이라니…? 우리가 왜 스스로 죽어야 합니까?”
그러나 엘라자르는 조용히 말했다.
“죽음만이 우리의 자유를 지킬 수 있습니다.”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바람이 황량한 요새를 스치며 휘몰아쳤다.
마침내, 그들은 칼을 들었다.
10명의 남자가 선출되었다. 그들은 먼저 가족들을 보살폈다. 누구도 적의 손에 끌려가길 원하지 않았다.
그 후, 10명 중 1명이 나머지를 죽였다. 그리고 마지막 1인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아침이 밝았다.
로마군이 마침내 요새를 돌파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본 것은 죽은 자들뿐이었다.
5. 전설이 된 마사다
“여기, 보세요.”
리아가 조심스럽게 바닥을 가리켰다.
잔해 속에서 불에 탄 나무 조각이 발견되었다. 로마군이 요새를 불태운 흔적이었다.
다니엘 박사는 돌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마사다의 마지막 날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었습니다. 자유를 위한 선택이었죠.”
리아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들은 정말…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했을까요?”
다니엘은 조용히 웃었다.
“그 답은, 이 사막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요.”
마사다는 단순한 유적이 아니었다.
이곳은 저항의 상징, 그리고 인간의 마지막 선택이 이루어진 곳이었다.
바람이 요새 위를 지나가며, 마치 과거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그날 밤, 마사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완벽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들은 끝까지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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